붉은 단풍 내 볼이 왜 빨개지는 줄 알아?이건 비밀인데?너에게만 알려줄게. 바람이 더 불고날씨가 추워질수록나는 알몸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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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우 교수는 얼마 전 동구의 현대호텔에서 한 번 보았을 뿐인데 단번에 나를 알아보았다. 전화통화를 오래하긴 했지만 단번에 알아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수님께서는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한 번 찾아뵈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작가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저번에 말씀하신 붉은 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게 있어서요. 그게 작가님 말씀처럼 암각화를 새기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한데 유물로 내려온 것이 없어서요.” 나는 암각화 박물관에 삼정리에서 출토된 붉은 색 돌도끼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암각화를 새기
사랑은 맹목을 잃는 순간 사랑이 아니어서붉은 잎 단풍 한 장이 가슴을 치네그때 눈멀고 귀먹어생각해보면 가슴이 제일 다치기 쉬운 곳이었지만그래서 감추기 쉬운 곳이기도 했네차마 할 말이 있기는 있어언젠가 가장 붉은 혓바닥을 내밀었으나그 혀에 아무 고백도 올려놓지 못했네다시 보면 붉은 손가락인 듯서늘한 빗질을 전한 적도 있으나그 손바닥에 아무 약속도 적어주지 않았네붉은 혀 붉은 손마다 뜨겁게 덴 자국이 있네남몰래 다친 가슴에쪼글쪼글 무말랭이 같은 서리가 앉네감추면 결국 혼자 견뎌야 하는 법이지만사랑은 맹목을 지나는 순간 깊어지는 것이어서
아내와 김동휘도 나란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붉은 돌도끼를 들고 서석문 앞에 나지막하게 설치 된 철책을 넘어섰다.“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내가 임의로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바로 여기 앞에 서 있는 김용삼씨의 할아버지가 일본인 순사 마츠오에게 전해 준 이야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여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나는 김재성 노인의 기록대로 서석문 맨 꼭대기에 있는 다섯 개 겹마름모꼴 문양부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을 읽었고 번역까지 했던 터라 이야기의 요지는 충분이 암기하고 있었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적자생존 이론을 바탕으로 월리엄 해밀턴이 쓴 책 에서 유래되어 유명해진 붉은 여왕 효과는 이름만 들어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주변 곳곳에서 적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해당 분야에서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표현으로 이러한 내용이 함축적으로 반영된 작품으로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이다. 극 중 주인공 엘리스 옆에 항상 붙어 다니는 붉은 여왕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왜 계속 같은 나무 아래에 있죠”라고 묻는 앨리스에게 “우리 세계에서는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
경사지에 있어서 바깥 쪽에 굵은 기둥을 세우고 지은 모양은 기억이 났다. 그러나 사방이 틔어있는 줄 알았던 건물에는 양쪽으로 방이 두 칸 들어가 있었다.예전에 빼어난 경관을 지닌 강가에 있던 때의 운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한의원 안이라 오래 구경할 수도 없어 바로 되돌아 나왔다. 시간이 오후 두 시가 훨씬 지나있었다. 바로 암각화 박물관으로 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온 직원들은 한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일이어서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오전에 보았던 붉은 돌도끼 앞으로 바로 찾아갔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
유리 여사는 장소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전시실에 있는 오영수 문학관 관장을 불러 들였다. 오영수 소설가의 무덤이 문학관 윗쪽의 화장산에 있으니 혹시나 오래된 일본인 무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을까 해서였다.“묘지가 없는 무연고 묘는 더러 있지만 일본인의 무덤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습니다.”“그래도 그 산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유리 여사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온 것 같았다. 나는 내친 김에 마츠오의 주검에 대해서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탁자 위에 놓인 붉은 돌도끼를 가리키며 유리
게는 이 세상이 질척질척해서진흙 뻘에 산다진흙 뻘이 늘 부드러워서게는 등껍질이 딱딱하다그게 붉은 투구처럼 보이는 것은이 세상이 바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게가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살아남고 싶다는 뜻이다끝끝내그래도 붙잡히면?까짓것, 집게발 하나쯤 몸에서..
옷걸이에사람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남자도 여자도흰 것도 붉은 것도 가슴을 펴고같은 높이에 걸려 있다착 달라붙은 호주머니를 보니무일푼들이다봉투가 없는 민얼굴들이다, 그 얼굴로결혼식 하객처럼 웃고, 악수하고 있다막 전생에서현생으로 왔거나 지금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갈 차림으로빈손이빈손을 잡아
투박한 나의 얼굴두툼한 나의 입술알알이 붉은 뜻을내가 어이 이르리까보소라 임아 보소라빠개 젖힌이 가슴. “시는 백석, 시조는 조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운의 시조는 뛰어났다고 한다.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종장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황진이의 「동짓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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