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수자원공사 안내로 댐탐방에 나섰던 팀들이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문학관에 집결해 있다고 했다. 점심 식사 전이면 언양에서 같이 만나자고 했다. 나는 세 사람이 따로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김용삼에게 전화를 했다. 제일슈퍼 바로 옆에 있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대곡박물관에 같이 가자고 했다. 김용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승낙했다. 중국집 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중국집에 들어가니 김용삼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주문을 넣고 있는데 김
K의 소식을 들은 건 전시회가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다. 소식을 전해 온 건 경주의 김은경 시인이었다. 먼저 김동휘의 글이 실린 문학잡지를 돌려주지도 못한 상태였다. 책을 돌려주기 위해 김은경 시인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와 대뜸 한 말은 K가 돌아왔다는 것이었다.처음에는 사막으로 갔던 K가 무사귀환을 한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나 K가 돌아온 것이 아니고 그의 유골이 돌아온 것이었다. 정말 돌아온 것은 그의 아내인 김동휘였다. 사막에서 죽은 K의 주검을 찾아냈던 것이다. K는 한 줌 재가 되어 그녀의 손에 들려 돌아
눈을 뜨니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동물가죽을 걸친 원시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유촌 마을 물속에서 보았던 환영이 다시 떠오른 것이었다.나는 영화 촬영이라는 생각보다는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되는 컴컴한 어둠이 내 앞에 다가와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얼른 아내를 불렀다.원시인복장으로 분장을 한 아내가 무리에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내가 내 앞으로 다가오자 원시인 복장은 감쪽같이 사라졌다.“목이 말라. 물을 좀.”내 말을 듣고 다시 김은경 시인이 물병을 들고 앞으로 다가왔다. 아내가 물병을 받아 뚜껑을 열고 나에게 건네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김재성 노인의 기록을 다시 들추어 보았다. 분명 자신의 아내는 이름이 김순조이고 에리코란 여자를 백련정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들도 같이 갔었다고 적혀 있었다. 에리코란 여자에게 빠져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었다. 그런데 김재성 노인의 아내였던 김순조란 여인이 큰 집인 김인후의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 이유도 궁금했다. 정말로 일본인 순사와 바람을 피웠던 사실이 부끄러워 스스로 잠적을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아내가 차를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무슨 고민
두 사람 모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자연장을 치르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K가 남긴 유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절대로 흔적을 남기는 묘지나 비를 남기지 말 것과 화장 후 유골을 사막이 시작되었던 반구대 일원에 뿌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했다.반구대에서 사막을 만들어 낸 것은 K가 아니라 나였다. 그 사막을 몽땅 거두어간 것이 K였다. 그는 결국 사막을 가슴 속에 품고 몸부림치다가 사막에서 생을 마친 것이다. 나는 사막이 아주 잘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막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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