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제주어로 표현하면, ‘사는 게 뭣산디’라 해도 좋겠다. 김종두 시인은 잊어지고 잃어가는 유년 시절, 어머니의 삶을 ‘제주여인’이란 연작시로 남겼다. 하늘로 떠나기 전 병상에서 보내주신 시집은, 103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내게도 삶의 올레를 열어준다. 요즘 들어 제주지역 노인회를 순례하면서 인생 특강을 나누고 있다. 첫 번째 슬라이드는 황소가 끄는 구루마에 나룩 한 포대를 싣고서 여인이 고삐를 쥐고 가는 사진이다. ‘제주여인 1’이란 제목 밑에, 고개를 푹 수그린 황소가 눈을 내리깔고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