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 씨는 유복자다.가난은 누가 시켜서가 아닌 주어진 책임이었고, 이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 생활은 건성, 배고픈 기억이 많았던 것은 슬픈 부끄러움이다.꿈 많은 소녀이고 싶었으나 뻔한 가정 형편으로 인해 야간고등학교를 보내준다는 공장에 취업해 기술을 익혀야 했다. 낮과 밤을 쪼개야 했기에 몸은 고달팠지만 빠르게 적응했고 어둠은 착한 밝음으로 변했다. 외로움은 책으로 대신했고, 꽃보다는 저금통장이 우선, 악착같다는 핀잔은 웃음으로 받아쳤다.그에게 뜨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검정고시 합격은 거친 세상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