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간다. 무슨 얘깃거리가 많은지 재잘재잘 대화를 나눈다. 어깨동무를 하며, 손을 맞잡으며 걸어간다. 싱그러움이 여름 골목을 채운다. 노랑, 분홍, 빨강 웃음소리가 채송화처럼 피어난다. 어린 시절, 골목 담장 아래엔 채송화가 무리지어 피었다. 손톱만한 꽃잎처럼 송이송이 이야기도 많았다. 옆집에 사는 영우의 머리 안에 뭔가 자란다고 미정이가 알려준 건 손톱만한 채송화가 이제 막 화단가에 불을 밝힐 때쯤이었다. 며칠 후 영우가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났을 때 채송화만 웃은 것이 아니라 미정이와 나도 덩달아 까르르 웃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