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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풍치유

억새가 운다.

쌀쌀한 가을바람과 함께 흐느낀다.

꽃대를 길게 세우고 운다.

여러 갈래 꽃줄기들이 그 슬픔 흔들며 운다.

오름에서도, 능선에서도, 구릉지에서도 제주 들녘을 뒤덮으며 일제히 운다.

이렇듯 억새는 제주 들녘의 주인이다.

제주인들과 함께 울었다.

제주 역사의 여정을 소리 없이 지켜보며 울었다.

그래서 억새는 안다.

제주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

그 삶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안다.

그 옛날 탐라국 시대의 억새는 슬픈 일이 별로 없었다.

성주가 공평하게 지역을 정하고 큰 싸움 없이 오순도순 지냈다.

탐라국을 넘보는 외부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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