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저 멈춘 고요한 전시장 안, 하나의 둥근 그릇이 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이상한 힘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달항아리라 부른다. 이름처럼 보름달을 닮았다. 빛도 없고 말도 없지만 그저 그 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을 뿐인데도, 그 앞에 서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다.달항아리는 조선의 어느 늦은 밤, 한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두 개의 반구형 몸통을 정성스레 잇고, 장작가마 속 불길을 견뎌낸 후, 비로소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