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11월’ 속 한 구절이 유난히 마음에 머무는 계절이다. 해가 짧아지고, 바람이 한층 차가워질수록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선명해진다. 이 계절은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곤 ‘잘해왔다고, 그때의 나에게 충분히 괜찮았다’고 다독인다. 지나온 열 달의 시간 속엔 후회도, 아쉬움도 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숨어 있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11월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숙제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