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점숙포도밭에서잘 익은 포도한 알 따서 먹오 본다입 안 가득어린 시절이 번져온다마음을 바알갛게 물들인다잔디밭에 앉아수건돌리기 하던친구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햇살 속에 부서져 내리고포도밭 풍경 속으로추억도 바알갛게 익는다.
- 유재철아람어여쁜 말 쓰다듬고 싶다“아람”바람형제지간 아니면 사돈에 팔촌 정도쯤페북에 눈이 끌리는반질반질아람 든 밤웃게 하는풍성하고도장장 긴 열대야를 버텨낸끈기여이 가을 초입나도 끈덕지게반질반질해보자아람버른 인간이 되고 싶다
- 박영희고층빌딩붙잡고 싶었지만냉정하게 떠나갔다나를 두고 떠나는많은 잔재들이아프게 남아있지만기다리면 돌아오는 것도 있어거먹해진 잔재들에 불씨를 만들어칸칸이 불 밝히고나를 향해 내려앉는 너날개옷을 입은 선녀처럼나는 하늘로 날아올라잠시 내 향기를 품은너를 냉정하게 떠나보낸다너와 나관계의 한계
- 박영희뜨게질두 어깨 모으고두 손은 눈 끝에 모으고두 발 사이에 실 뭉치 가두고따뜻함 열 줄열정 스무 단추억 한 뼘미안함 두 뼘사랑해는 수줍어 한 뼘고마워는 한 판으로도모자라 셀 수 없네오늘의 햇살 열 코가을바람 다섯 코귀퉁이에 숨겨놓은나의 고단함 한 코나의 마음이너에게 간다
- 김광규모래 인형맨발로 바닷가 뛰어가면파도가 달려와 안아주고풍덩 뛰어들어 미역을 감았다머리칼 사이사이햇살이 금빛으로 매달리고모래 위에 뒹굴면내 몸은 모래 인형작고 예쁜조개, 굴, 고동 껍질실에 꿰어 목에 걸면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목걸이엄마에게 걸어 주었지
- 김용규빈 항아리채워져 있어야 하나나를 담았다해가 담긴다당신을 담았다달이 담긴다이상한 냄새가 난다비워져 있어야 하나당신을 꺼내었다달이 그대로 있다나를 꺼내었다해가 그대로 있다냄새가 없어졌다그 빈자리에 바람이 채워지고해와 달은항아리 거기 그대로 있다.뿌리 : 세월은 썩지를 않나 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이었다. 신들의 전쟁에서 패배한 대가로 그는 영원히 무거운 천구를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혼돈이 다시 세상을 덮치지 않도록 질서를 지탱하는 사명을 짊어진 존재였다.현대자동차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름 역시 이 신화에서 따왔다. 보스턴
- 박영희가을하늘을 쑤욱 올려놓아내 키가 작아졌나자꾸 고개 드는데빈 공간이 허전해 외롭다담장에 기대어햇빛마실 하는데하늘이 깎아먹은 내 키가그림자로 길어져마음만 조급하다메마른 나뭇잎손바닥 벌려 햇살 붙잡고낙엽은 아직도 붉고하얀 머리채 흔드는철없는 풀꽃은 마냥 푸르러땅 위의 마지막 화장처럼사치스럽다마음은 아무렇지 않은데오래된 내 몸이 습관처럼눈물 난다
- 유재철*은행나무 브라보의료보험증도 없는 은행나무가올해도 정정하게 서 있다.구름이 놀다 가고바람도 쉬었다 간다가을을 열심히 공부하여얼굴이 다 노랗다칠순 할아버지는 늦 시바람이 나서매주 목요일마다포은도서관 시니어 시창작반에 열심이다늙은 은행나무는 늘 혼자 적적하다.둘 다 꾸준하시다 *장석주 시 ‘부라보 부라보 마이 라이프’ 패러디
손자병법에 ‘솔연’의 이야기가 있다. 솔연은 중국 상산에 사는 영원히 죽지 않는 뱀이다. 누군가가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든다.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달려든다. 몸 전체가 서로 협력하기 때문에 절대 죽지 않는다.국가든 기업이든 정당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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