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빈집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담장까지 점령한 나무들이 녹두 빛으로 빚어낸다. 겨울 눈보라에 얼었던 장독대도 녹아든다. 인적이 끊겼을 뿐 대신 나무와 풀, 새들까지 한 달 살기가 아닌 아주 터를 잡은 모양이다. 계절의 오고 간 흔적이 선명한데 어머니의 흔적은 해가 갈수록 지워져 간다. 차마 다 말 못 하고 눈썹 추녀 밑에 서면 바람결에 빈집 기둥의 송진 냄새가 풍긴다. 지난날 시끌벅적하던 집이 어쩌다 이렇게 쓸쓸하고 외로움만 가득할까. 시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움직임이다. 주춧돌 위에 기둥이 정확하게 맞닿아 있듯 가족의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