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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라짐의 시간

비 내리는 교토의 골목은 소리를 삼킨다.

젖은 도시는 스스로를 낮춘다.

젖은 돌계단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이끼는 그 아래서 숨을 죽인다.

담장 너머 기와는 물을 머금은 채 오래된 숨을 길게 늘인다.

처마 끝에서 바람이 멈춘다.

움직임이 멈춘 자리에 시간이 고인다.

교토의 비는 흘러내면서 동시에 쌓인다.

그 고요한 중첩 속에 일본 미학의 한 뿌리가 있다.

와비사비다.

와비사비는 정의로 붙잡히지 않는다.

개념이기 보다 체감에 가깝다.

오래 스며든 감각이다.

일본인들은 그것을 말하기보다 살아냈다.

와비의 본뜻은 가난이고 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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