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정하고안 길 수는 있지만마음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네 품 안으로하루해를 힘들게 붙들던삶들이 들어간다허기진 네 창자 속에서사람들은 비틀거리며하루살이 같은 육신이살아 있음을 보이려 꿈틀거린다보이는 건 어두운 벽들리는 건 요란한 기차 소리뿐그러나 사람들은너를 미워하지 않는다오래되지
왼쪽 오른쪽고개를 갸웃갸웃오른발로 콧수염을 쓱쓱 문지르다가왼발로 눈을 싹싹 비비다가살금살금 다가왔다가두리번거리는 길고양이- 단지 내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이 푯말 새로 세운입주자회의 대표가 누구일까? 동시전문지 계간 ‘동시발전소’ 주간인 김종헌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 학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그날하늘에서는 미군 정찰기가 살인예고장을 뿌리고바다에서는 미군 함대들이 경적을 울리고지상에서는 미군 장교들과 토벌대가 총칼을 휘두르며모든 처형장을 진두지휘하던 그날한국판 ‘KKK단’인 서북청년단이 아편에 취한 채한림의 금악리를 빨갱이 마을로 지목해80여
14시간전
식량이 부족해 배가 고플수록분배에 더욱 세심해져야 한다.오늘 얼마 전에 들어온 취사병이모든 대원들의 접시에삶은 고깃덩어리 2점과말랑가 감자 3개씩을 담아주었다.그런데 내 접시에는 고맙게도하나씩을 더 얹어주는 것이었다.나는 즉시 취사병에게 접시를 던지며 호통 쳤다.“이 아부꾼아, 지금
목에 힘주다 보면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인생을 깨닫지 못한다낮추어도낮추어도우리는 죄가 많다뽐내어본들 도로무익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가 내려와 하동군 평사리 악양으로 차를 몰았다. 대하소설 ‘토지’
그는 유망주였다공을 쥘 때마다세계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다고 느꼈다심장이 담장을 넘어갈 때마다모자를 고쳐 썼다자신의 삶이 실점에 대한 기록임을 지켜봐야 했지만그는 끝까지 배트를 잡지 않았다- 누구도 자신을 위해 타석에 설 수 없다고 낮게 얘기했을 뿐 -그리고 긴 여행은 시작되었다그는 이
생각이 많은 건 말이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나에게 우리가 지금 1순위야안전한 유리병을 핑계로 바람을 가둬 둔 것 같지만기억나? 그날의 우리가 잡았던 그 손엔 말이야설레임보다 커다란 믿음이 담겨서난 함박웃음 지었지만 울음이 날 것도 같았어소중한 건 언제나 두려움이니까문을 열면 들리던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한 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
오랫동안 쓰지 않은 프린터미처 내보내지 못한 말이어디쯤 걸려 뭉쳐있겠다한 자리에 오래 머물렀으니하고 싶은 말이 쌓였을 텐데내놓는 종이마다잉크 눌린 자국만 남고속을 꺼내지 못한 채 낡아버린 모습이십오 년 병시중에말 없어진 어머니 같다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받아 쓰다고장 나버린
뒤란의 맨드라미 붉은 그늘 드리우고슬레이트 삼 칸 흙집 주인 닮아 고요한태기네 암소 워낭 소리 고샅길로 스며든다땀 내음 비껴 나간 벽에 걸린 베적삼과비우고 다 비운 겨 같은 몸무게로열여덟 종지기 소년, 가슴으로 울렸다퉁가리, 모래무지, 여뀌풀, 애기똥풀풋풋한 거름 냄새 더불어 함께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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