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골짜기와 등성이를 따라단풍은 색색으로 물들며 번지는데남매탑 앞 돌거북 위에 앉아마음속 욕망의 불 바라본다호랑이가 업어온 처녀와 더불어한평생 오누이처럼 살았다는승려의 전설 되새기며욕망과 함께 어떻게 지내나 묵상한다이왕에 목숨 깊이 내연하는 욕망이라면치직치직 매운 연기 그만 내뿜고
나가자, 오동 그린공원으로비 그친 자리 꽃을 밟고 선 신록이점령군처럼 온 산을 뒤덮고 있다바윗등에 앉아 내려다본 산오월의 햇살 속으로 주체할 수 없는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싱그럽게 번져온다산허리 지나 위아래서살랑살랑 불어오는 명지바람삐걱거린 나무 계단을 타고오르내리는 사람들 곁
4시간전
늦가을 산골 마을찾아온 까치고민에 빠졌어요어느 집부터 가야 할지어느 밥상부터 받아야 할지감나무째까치 밥상으로 내놓은 집이한 집 더 늘었거든요​​ 손인선 시인이 울산신문사가 주최한 제19회 서덕출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서덕출문학상운영
섭섭한 저녁이다썰렁한 어둠을 앉혀놓고눈 내리는 고향을 생각한다마른 수국 대궁에도 눈은 덮였겠지고만고만한 지붕 아래서 누가 또 쉬운 저녁을 먹었는지치킨 배달 오토바이가 언덕배기를 악을 쓰며 올라가고기운 내복 같은 겨울 골목주황색 대문집페이스북으로이름만 아는 여자가 나를 찾아왔다머리에 눈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심폐소생술처럼 응급 상황에서는 구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몇만 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
​세상일 눈멀고 귀 먼 사람 없어홀로 속리산 가는 길법주사 일주문은 아직 먼데산허리 돌고 도는 무심천 앞에 앉아바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느긋한 사람 하나 기다리네이제는 뿌리 깊은 기억조차오래 나뉘어 시들어가는데주고받은 마음이 뜨개질한세상은 너무 멀다세상일 눈멀고 귀 멀어도저마다의 꽃
비가 내려 며칠 동안 씻지 않은 얼굴이 말끔해졌다길게 자란 수염을 자르고 싶지만 조금 더 게을러져도 좋은 계절이다하늘도 바람도 모두 투명해지는 시간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덮어놓은연애소설의 중간쯤이나 될까지난여름의 화염을조금만 더 그리워해도 좋은 계절이다, 라고 생각한다후드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
전 생애가 꾸덕꾸덕 말라가요누구의 음모였을까요내 눈을 관통해 갈 야만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눈부신 햇살과 싱싱한 비린내는 덫이라는 걸눈이 뚫리고서야 깨달아요생을 단번에 뚫고 갈 무엇이 있다면온 몸으로 안을 밖에요내 안의 비밀 하나씩 벗겨지는 동안피 흘릴 겨를도 없이 통증은 커지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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