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눌 장군이 이번에는 아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도 천동은 눈치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대장군은 맹자를 어찌 생각하십니까?”“맹자라…, 현자라고 할 수 있지. 나도 맹자는 읽어 보았네.”“맹자왈, 민이 위귀하고, 사직이 차지하고, 군이 위경이라고 했습니다. 장군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자네, 지금 나를 시험하는 것인가?”“그런 것이 아니오라 대장군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여쭙는 것입니다.”“나라의 근본이 백성이라는 것은 세종대왕께서도 강조하신 것이네. 새삼 말해서 무엇하겠
“장군을 장군이라고 부르는 게 잘못인가? 참, 장군이 아니라 관직을 제수 받았으니 이제는 봉사라고 불러야겠군. 아니 그런가. 양 봉사.”“저를 놀리는 게 그리도 재미있으십니까?”“재미있기도 하지만 관직을 제수 받았던 사람은 관직을 불러주는 게 마땅하기에 그렇게 불러본 것이네. 자네도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거야.”“그냥 천동이라고 불러주십시오.”“그건 아니 될 말일세. 이제 자네는 예전의 자네가 아니야. 그러니 받아들이게.”“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어색합니다.”“한양에 다녀왔다면서? 먼발치에서라도 익호장군을 뵈었는가?”“장군이 갇
10시간전
시간이 갈수록 천동에게서 배운 검술을 제대로 사용하는 강목에게 무현은 상대가 되지 않게 되었다. 결국 무현은 깨끗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눌 장군은 두 사람 모두를 격려했다.“양 봉사가 제대로 가르친 것 같군. 아주 훌륭해.”“과찬의 말씀입니다. 이번에 왜적이 이곳으로 쳐들어오면 이 동무들과 함께 셋이서 후방을 치겠습니다. 실전이 처음인 사람들이라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렇게 하세. 기대가 되네. 빨리 두 사람의 활약을 보고 싶구먼.”“네, 장군. 오늘은 이만 물러가옵니다.”천동은 정말 걱정
의병장 김덕령의 옥중사망 사건으로 더욱 흉흉해진 민심을 반영하듯이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을 대놓고 욕하는 노래가 남도지방을 중심으로 떠돌아 다녔다.권력중독증에 걸린 임금의 백성불감증은 이미 치료불가능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주상은 천운을 타고난 군주였다.이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서도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를 능가하는 히데요시와 왜장들의 악랄함 때문이다. 관백 히데요시와 그의 주구들이 조선 백성들에게 조금만 더 관대했더라면 왜군들은 조선팔도에 그들의 깃발을 확실하게 꽂을 수 있었을 것이다.임금은 배신자백성은 지키겠다 목
천동의 말에 잠시 웃음을 지어보인 그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탕왕과 무왕이 그리했다고 나조차 그리할 수는 없느니라. 주상과 권신들이 내 목을 원한다면 줄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느냐. 그것이 나 김덕령이니라. 혹여 명태조 주원장이 청주한씨 가문의 사노비 출신이라는 것 따위에 희망을 가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한 나라의 옥좌는 천운이 닿아야 주인이 되느니라. 지금의 주상이 무능력하고 민심을 잃었어도 아직 그 자리를 보존하는 것 역시 어찌 보면 하늘의 뜻인지도 모른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네 앞날이나 걱정해라. 옥졸들이 깨어나
그 시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천동이 마침내 움직였다. 한밤중에 의금부 옥사에 잠입한 것이다. 옥사로 가는 도중에 그곳을 지키는 나졸들에게 발각되었지만 간단히 제압하고 김덕령 장군이 갇혀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익호장군 앞에서 복면을 벗고 인사를 여쭈었다.“장군님! 소인은 울산에 사는 양가 천동이라고 하옵니다. 몸은 좀 어떠하신지요?”“너의 이름은 홍의장군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더냐? 경계가 삼엄한 곳인데.”“소인에게 조그만 재주가 있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그보다 장군! 소인이 장군을
“삼으로 만든 가는 끈의 양쪽에 방울을 달고 낮에는 발길에 채이지 않도록 길 쪽으로는 눈에 잘 안 보이는 얕은 도랑을 파서 그곳에 늘어놓고, 어둑어둑해지면 줄을 당겨 놓으면 됩니다. 그런 것을 열 보당 하나씩 만들고, 산 쪽으로 올라올지도 모르는 적병을 대비해서 그곳에도 설치해 놓으면 적의 침입을 사전에 알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야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그리 간단한 것을 내가 왜 걱정을 했지?”“대장군도 아시면서 확인해 보시려고 그런 것 아니신지요?”“그럴 리가 있나. 이래서 내게는 자네가 필요해.”“저를 이곳에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죽음으로 의병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시기에도 울산과 경주의 몇몇 의병장들은 의병을 해산하지 않고 끝까지 왜병들과 싸웠다. 천사장 이눌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한양을 다녀온 후로 천동은 말수가 더 적어졌다. 동무들이 그를 대신해서 열심히 농사일을 한 덕분에 가을걷이는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토지보다 유난히 풍성한 결실을 맺은 것을 두고 이웃들은 시샘 반 부러움 반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이웃들은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남들보다 두세 배 땀을 흘린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그들은 일 년 동안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탈옥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아직 전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상과 조정을 친다는 것은 왜적들에게 나라를 들어 바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몽학의 울분은 알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기에 나는 이몽학 군을 진압하려고 의병군을 움직였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왜적으로부터 이 강토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설사 내가 이곳에서 앉아서 죽임을 당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구나. 그것이 나 김덕령의 운명인 거야.”“장군! 백성들에게 있어서 군주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북극성과 같은 존재가 아니겠느냐?”“맞
“전하, 의금부의 국문은 형벌이 가혹하여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형벌이 가혹하다? 역적의 죄상을 밝히는 국문인데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관병도 아니고 사병인 의병들을 그렇게 많이 거느린 자들은 철저히 조사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네. 태종대왕께서 왜 자신을 지켜주었던 사병을 혁파한 줄 아시오? 사병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오. 전란 중이라는 이유로 이놈 저놈 다 사병인 의병을 거느리고 있소. 그래서 내가 의병들을 해산하고 관군에 편입시키라고 지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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