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낭만파 시인 안톤 슈나크는 말한다.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비라도 처량하게 내리고 그리운 사람의 발길도 끊어져 혼자일 때의 슬픔이란…. 슈나크는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정원의 한 모퉁이에 죽어있는 작은 새 위로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에서, 성공한 옛 친구의 영혼 없는 악수에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슬픔은 이어진다. 추수 후의 텅 빈 논밭, 지붕 위의 빗소리, 무도회 후의 허전함, 고향집을 추억케 하는 자스민 향기, 포수가 겨누고 있는 한 마리 사슴 눈빛, G선상의 아리아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도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