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내게 낯설지 않은 공간이었다. 각 지역마다 특정병원이 떠오르고, 그 지역들은 그곳의 병원으로 기억됐다. 부평은 인천성모병원, 구월동은 길병원, 신흥동은 인하대병원, 송림동은 인천의료센터, 동인천은 길한방병원으로 기억되었고, 최근에는 작전동의 세종병원이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스치며 오소소 소름을 돋게했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발 밑에 닿는 순간, 나는 그 공간의 특유의 분위기에 사로잡히곤 했다. 높은 천장에서 비치는 조명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며 차갑고도 맑은 빛을 뿜어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