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세월이 둥근 능선이 되어 잠든 곳, 경주 대릉원의 산책로는 유독 부드러웠다. 낮게 내려앉은 오후의 햇살이 고분의 곡선을 따라 흐르며 나른한 평화를 빚어내고 있었다.나는 흙길의 부드러움에 습관처럼 조여 매던 신발 끈을 풀고 맨발로 그 길 위에 서려다, 이내 찰나의 멈칫거림으로 발을 멈추었다. 이곳은 단순히 걷기 좋은 산책로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정점에 섰던 왕들이 침묵으로 잠든 신성한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왕의 무덤 곁을 맨발로 걷는다는 것이 혹여 고결한 안식을 방해하는 결례는 아닐지, 예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