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불뚝거리던 것도 한때, 이제 젊은 날의 혈기를 거두고 앞뒤에 눈을 줄 때다.여름이 긴 시간이 아닌 걸 실감한다. 기분에 끌리면 길고 지루하지만 끝은 있다. 덥다고 투덜대던 게 엊그제인데 그새 햇볕이 여리고 바람이 산산하다. 언제 와 있던 걸까. 창틈으로 낯선 한기가 스멀거리며 들어온다. 새벽엔, 잠결에 홑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고 있었다.가을이다.가장 민감한 게 낙엽수, 그중에도 감나무다. 그끄제 비가 추적이는데 감나뭇잎 여남은 개가 마당으로 내려앉았다. 소년의 손만 한 것들. 잎이 공중을 한 번 구르더니 낙하한다.무풍한데 낙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