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히라가나로 쓴 글을 읽기가 상당히 번거로웠다. 보통 일본어 표기는 한자에 조사만 히라가나를 붙여 쓰기 마련인데 히라가나로만 쓰여 진 곳이 많았다. 휴대폰의 번역기능을 사용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나가다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아내가 서재로 찾아왔다. 한 번 어딘가에 몰두하면 물불을 못 가리는 내 성격을 잘 아는지라 걱정이 되는가 보았다. 맥없이 개울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는 체력으로 밤을 새웠다가는 큰일이겠다 싶어 찾아 온 것이다.“참 좋으시겠어요. 이 나이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기도 하시니.”“그럼,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김재성 노인이 독립운동가로 등록되기는 글러먹은 것이었다. 보훈처 직원이 일본어를 모른다고 해도 어떤 방법으로든 내용을 알아내었을 것이다. 독립운동가를 찾아내기보다는 친일파로 등록하려고 했을 것 같았다. 일본인 순사를 살해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독립운동과는 거리가 먼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이었다. 마침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이 해방되는 바람에 일본인 순사 살해사건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유촌 마을의 김인후에게 사건의 전말을 전해주고 보훈처 같은 곳은 얼씬도 하지 말라
서너 달 쯤 집수리 일을 하자 솜씨 좋은 목수라는 소리를 들었다.집주인들이 품삯으로 주는 돈이나 물품은 모두 에리코에게 가져다주었다.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 에리코의 방문 앞에 놓아두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에리코는 돈이나 물품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문 앞에 놓아둔 물건은 금방 사라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숙식을 제공받는 하숙생 같은 존재였다.그래도 좋았다. 매일 에리코를 보는 것만으로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 방 안에 얇은 여름옷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가족
한 달이 부족하면 일 년이 걸려서라도 꼭 만들어 낼 각오였다. 싱크대 위를 말끔히 치우고 나니 허기가 졌다. 냉장고 안에서 김치 하나만 꺼내놓고 보온밥솥에서 남은 밥을 펐다. 잘 먹는 게 잘 사는 거라고 말들을 하는데 나는 잘 못 살고 있는 것이었다. 먹는 것은 대충 배만 채우면 그만이었다.순식간에 배를 채우고 설거지까지 마친 뒤 다시 서재에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돌도끼를 손에 들고 내가 유촌 마을 미호천에서 주운 얼굴형상의 돌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김재성 노인이 일본인 순사를 돌도끼로 내려쳤을까?붉은 도끼를 내려놓고 읽다 접어
이미 등단한 그의 제자들도 모두 모이니 나의 존재감은 더 왜소해 보였다. 아직 등단과정도 거치지 않은 나의 시는 유치한 것으로 치부되곤 했다.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에 다시 들리게 되었다. 그가 사는 아파트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내 가슴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K가 시어로 사용하는 사랑이라는 느낌은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그의 시에서 사랑은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아들을 수 있고 눈을 감고 있어도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천 년이 지나도 사랑은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미친 듯 흔들리는 가
“마치 도끼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았습니다”K가 20년 전에 19명의 문창과 학생들에게 한 말이었다. K는 50년 전에 도끼로 살해당한 일본인 순사의 느낌을 정말 똑같이 느끼고 있었을까?K는 시집 반구대를 출간하고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 모두들 뇌수술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대학에서 문학수업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글을 쓰는 것과 창작 강의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나는 K와는 반대로 그동안에 갇혀 있던 시적 감성이 폭발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 있었는데 갈 때 마다 두 세편의 시를 써냈다. K도 놀라
아마 그 근원을 따지면 수천 년 전부터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결코 우연으로 만나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내가 하는 말들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갑자기 만난 사람이 수천 년 전에 만났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단 말인가.에리코는 결혼은 현실이라고 대답했다. 조선에 남아있는 김순조와 어린 아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노라고 아마도 내가 미친 것 같다고 했다. 그냥 미친 남자로 살고
식탁 위에 돌과 신문을 올려놓고 수저를 들었다. 간밤에 힘을 좀 쓴 탓인지 밥맛이 좋았다. 수저를 부지런히 놀리면서도 곁눈질로 식탁 위에 놓아 둔 홍옥석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자꾸 시선이 홍옥석으로 쏠렸다. 꼭 누군가 나와 식탁에 마주 앉아있는 기분이었다.나는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식탁에 놓아둔 두 점의 홍옥석 중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유촌 마을 냇가에서 쓰러지기 전에 내가 발견한 홍옥석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밥그릇을 비울 생각도 잊고 개수대에서 돌을 물로 씻었다. 말랐던 돌이 물기를 머금자 선명
나는 붉은 돌도끼를 내려놓고 어제 읽다 덮어 든 서류를 펼쳤다. 어제 덮어 놓은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다음 장을 넘기는데 문맥이 연결되지 않았다.에리코와 딸 유리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하카다에 있는 에리코의 친정집이었다. 마츠오의 본가는 히로시마의 한가운데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에리코가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친정집 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에리코의 친정집이 낯설지 않았다. 에리코의 집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붉은 돌이었다.배구공만한 크기였는데 빨간 물감을 칠해 놓은 것처럼 진한 붉은 색이었다. 미호천 상류의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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