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어떻게 해야 길을 잃을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친구가 내민 그림책을 무심히 넘기다 눈에 걸린 글귀이다. 보통은 길을 잃지 않게 애를 쓴다. ‘길을 잃는다’는 느낌은 나를 잃어버림과 비슷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성을 상실하는 것, 목적지가 없는 공허함은 점점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형태의 불안 중 대부분은 ‘길을 잃다’에서 파생된 것일지도 모른다.이 문장이 강하게 끌린 이유는 길을 잃어버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잘’ 씩이나 알고 있다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