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폭설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겨 고립된 날이다. 병원 예약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단단히 차려입고 서둘러 나섰다. 다행히 금방 택시가 잡혔다.“어서 오세요.” 상냥하게 인사를 하는데, 젊은 여성이다. 추운 날 고생한다고 말을 건네자, 답이 명쾌하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시작한 일인데, 적성에 맞고 할 만하단다. 결혼 후 아이를 기르다 보니, 옛 직장으로 복귀가 어렵게 됐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 혼자 무능력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는 말에 수긍이 갔다. 차 안이 깨끗하고 좌석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