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초등학교 공책 위에내 책상과 나무 위에모래 위에 눈 위에나는 네 이름을 쓴다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모든 백지 위에돌 피 종이 또는 재 위에나는 네 이름을 쓴다황금 동상 위에병사의 무기 위에국왕의 왕관 위에나는 네 이름을 쓴다자유여. 지난 12월 3일 화요일
밤늦게까지 시를 읽었습니다당신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둘이라는 것을이제야 깨닫습니다사랑을 만난 후의 그리움에 비하면이전의 감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도시 아니면 당신에 대해 얘기할 곳이 없어내 안에서 당신은 은유가 되고한 번도 밑줄 긋지 않았던 문장이
이호철 선생 댁 세배를 다녀오던 길이었을 것이다. 마포 김민숙 집에 들러 차례상에 나온 대구찜을 발라 먹다가 젊은 송기원이 덕담이랍시고 불쑥 말했다.“세상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놈은 똥을 누고 난 뒤 돌아서서 제 똥에다 침을 뱉는 사람이더라.” 김민숙도 나도 송도 한참이나 배꼽을
눈이 내린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저녁 정원을막대를 들고 다닌다도우려고.그저막대로 두드려주거나가지 끝을 당겨준다.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온몸에 눈을 맞는다얼마나 당당한가
안경알을 닦으며 바하를 듣는다.나무들의 귀가 겨울쪽으로 굽어 있다.우리들의 슬픔이 닿지 않는 곳하늘의 빈터에서 눈이 내린다.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촛불을 달고 있다.성 마태 수난곡의 일 악구.만 리 밖에서 종소리가 일어선다.나무들의 귀가 가라앉는다.금세기의
똥똥 똥 장군이 나가신다똥똥 똥구멍을 열어라끄응, 끄응, 끙!똥똥 똥 장군이 나오셨다―어휴, 아휴, 시원해똥똥 똥구멍을 닦아라똥똥 똥 장군이 떠나신다어서어서 물 내려라쐐애―쏴아―똥똥 똥 장군이 떠나셨다―바이바이 굿바이 권오삼 시인이 보내준 새 동시집 ‘지퍼와 꼬마 기관차’를 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각에 다른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레이크 오자크에서만났다. 오자크 대산맥 외곽의 산악지역에 있는 휴양지였다.1년 내내 문을 여는 마을 유일의 숙소에 손님은 두 사람뿐이었다. 거기서두 사람은 열흘을 함께 보냈다. 어느 날 저녁, 그러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꼬마 기관차가지퍼 철로 위를 달린다주르르르르르르르르르갈라진 철길을 하나로 이으며목적지를 향해 주르르르르르목적지에 도착하면 잠시 쉬었다가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주르르르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주르르르르르르르르르 권오삼 시인이 열세 번째 동시집 ‘지퍼와 꼬마 기관차’(상상 동시집
아들아, 보아라!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힘껏 밀어도 오고살짝 밀어도 온다영영 멀리 갈 것 같다가도다시 오고조금 가다가는 금세다시 온다아무리 밀어도 밀어도꼭 되돌아온다 김현숙 시인의 동시 ‘그네’를 읽고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 떠올랐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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