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이른 봄부터 지극정성 기울인 덕에 탱글탱글 여물어 가던 레드향과 감귤들이 8월 내내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로 올해도 날벼락을 맞았다. 껍질이 깨지면서 여린 속살 드러나고, 제풀에 떨어져 나간 것들이 ‘부지기수’이다. 맥이 빠져 무릎이 다 꺾이지만 어찌하겠는가. ‘농사는 하늘이 일곱 몫이고, 농부가 세 몫으로 짓는다’라고 하지 않던가. 진인사라 했건만 역부족이니, 그러려니 하고 감수할 수밖에 없다. 깨진 채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들을 솎아내고, 꼭지가 떨어져 땅에 널브러진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