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쟁. 꽃 지는 소리. 꽃이 종소리 울림 하며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유치환의 ‘낙화’ 시를 처음 읽었을 때였다.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쟁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 하며 내리는 낙화’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그의 시는 사춘기 이후 매년 봄꽃 떨어지는 순간마다 현란한 종소리로 뇌리에 각인돼 왔다.생각해보면 꽃이 피고 지는 모든 장면이 다 귀하고 아슬아슬하다. 뾰족뾰족 봉오리가 맺히는 순간, 꿀벌이 붕붕 꽃잎을 건드리는 순간, 툭 하고 봉오리가 벌어지는 순간, 그 심연으로 시간과 바람이 스며드는 순간, 그예 꽃잎